GRAZIA|2019년 8월호|'AUGUST DIARY' 최강창민

 

푸껫에 처음 왔잖아요. 어땠어요?

  오기 전에는 푸껫이 우기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비가 오기는커녕 날씨가 너무 좋아 다행스러웠어요. 이전에 발리에 간 적이 있는데, 그곳과는 또 다른 편안함이 있네요. 개인적으로 최근에 생각할 것들도 많고 심적으로 복잡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맑은 하늘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즐거웠어요. 음식도 굉장히 맛있었고요(웃음).

 

최근 촬영차 뉴욕에도 다녀오고, 이전에는 유럽 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잖아요. 창민이 느끼는 여행의 매력이 있을 것 같은데요.

  김영하 작가님 에세이 중 ‘집’에 대한 글이 있어요. 집이 가장 편안한 장소이자 보금자리인 건 맞지만, 그 집에서 느꼈던 감정들 중에 안락함만 있는 건 아니라는 내용인데요. 사람마다 집에서 느끼는 우울이나 슬픔도 있고, 일상에 지친 ‘나’를 정통으로 실감하기도 하죠. 여행은 잠시나마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로부터 저를 해방시켜주는 일탈인 거 같아요. 익숙한 것들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서 전혀 다른 세계에서 다른 시간을 보내는 게 여행의 큰 매력이죠. 환경이 바뀌고, 먹어본 적 없는 음식들을 먹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며 설레기도 하고, 삶의 새로운 영감도 얻고….


 

요리도 즐겨 하잖아요. 최근 SNS를 보니 플레이팅도 훌륭해서 깜짝 놀랐어요. 요리는 언제부터 취미가 된 거예요?

  16년 가까이 일하면서 늘 제 존재의 이유를 무대 위에서 찾았어요. 제가 노래하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열광하고 좋아해주는 팬들이 제 존재의 첫 번째 이유라고 생각해요. 여전히 이 일을 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요. 그런가 하면 ‘요리’는 무대보다는 조금 더 개인적인 보람이 있는 일이에요. 무대 위에서 느끼는 큰 희열과는 전혀 다르지만, 소소하게 저 혼자 요리가 잘되면 만족하기도 하고, 어떻게 더 맛있게 만들어볼까 예쁘게 담아볼까 연구도 하면서 ‘이렇게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구나’ 하는 걸 알려주죠. 부모님이 열흘 정도 해외여행을 가신 적이 있는데, 나름 제가 오빠라고 동생들에게 밥을 해줬거든요. 그런데 너무 맛있게 잘 먹는 거예요. 착각이 아니라 진짜로요(웃음). 동생들이 다 먹고 나서 고맙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도 내 존재의 가치를 확인받을 수 있구나 싶었죠. 사람이 칭찬받으면 더 잘하고 싶어지잖아요. 하하. 정말 짜릿했어요.

요리에 관심이 있으면 식기나 플레이팅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기지 않나요?

  아, 맞아요. 처음 독립했을 때는 어머니가 식기나 기본적인 것들을 다 챙겨줬어요. 저도 별 생각 없이 있는 그릇에 반찬을 담아 먹었거든요. 최근에는 간단한 카프레제 같은 걸 만들 때도 ‘좀 더 예쁜 그릇에 담으면 더 보기 좋을 텐데’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장비 욕심이라고 하죠? 하하. 최근에 자주 찾아보는데, 아직은 많이 못 샀어요. 어머니가 서운해할까 봐요(웃음). 조금씩 사 모으는 중이에요.

 

 

푸껫에도 책을 들고 왔어요. 쉬면서 틈틈이 독서를 즐기던데, 주로 어떤 책들을 읽어요?

  사실 소설은 많이 안 읽고요. 인문학 서적이나 에세이를 많이 읽는 편이에요. 저는 제 자신에게 집중하며 살고 싶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너무나도 많은 정보가 스마트폰 안에서 흘러넘치잖아요. 변화도 빠르고요. 그런 것들에 제가 쉽게 휩쓸리는 걸 경계하는 거죠. 가끔 제 스스로가 작은 일에 흔들리고 갈피를 못 잡을 때, 누군가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거나 인간에 대해 탐구한 책을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더라고요. 제 마음을 다독여주는 거죠(웃음).

 

일기도 쓰잖아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보고 싶진 않나요?

  사실 생각해본 적은 있어요. 재미있을 것 같거든요. 제가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감정이나 경험에 대해 쓴 여행집이 나온다면 다른 종류의 글보다는 독자들이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어요. 일기도 매일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꾸준히 기록하려고 하죠. 당시에는 굉장히 감정적으로 썼던 글도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좀 더 객관적으로 보이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요즘 쓴 일기들은 굉장히 객관적이에요(웃음).

 

 

기억나는 일기 하나만 얘기해줄 수 있어요?

  아, 안 그래도 아까 인터뷰 전에 쓱 숨긴 게 사실 일기장이거든요. 보여드릴 순 없지만(웃음). 두고두고 보는 일기는 하나 있어요. 콘서트를 할 때마다 무대 위에서 팬들에게 꼭 감사하다고 인사하잖아요. 당시엔 그 감정이 진심이긴 해도 그 말의 부피를 현장에서는 가늠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일기를 쓸 때는 곰곰이 되짚어보게 돼요. 부푼 기대를 안고 전철을 타고 와서 긴 시간 밖에서 기다리다 입장하는 모습, 또 한 공간에서 한 마음으로 무대를 즐기는 모습. 그런 것들을 상상하면서 쓰는데, 감사함이 더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일기를 개인적으로 좋아해요.

30대 초반의 창민과 그 주변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도 궁금해요. 본인이 혼자 생각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들이 오고 가잖아요.

  사실 제가 한동안 친구들을 잘 못 만났어요. 공감대가 별로 없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친구라는 게 그렇잖아요. 철없던 시절의 이야기를 술안주 삼아 신나게 떠들고, 서로의 고민이나 삶이 달라도 그냥 사는 이야기를 하는 자체로 위안이 되죠. 하는 이야기는 정말 제각각이에요. 실없는 이야기들도 많고요(웃음). 그런데 요즘은 그 자체가 굉장히 안심돼요.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자신에게 엄격하고, 또 사색도 많이 하는 성격인 것 같아요. 본인도 느끼죠?

  하하. 워낙 어렸을 때부터 겸손해라, 자중해라, 절제해라 같은 소리를 듣고 자라서요. 아, 물론 부모님 탓을 하는 건 아니에요(웃음). 먼저 나서는 성격 자체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잘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더더욱 아니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저보다 멋있고 더 잘하는 친구들이 계속 나오잖아요. 그럴 때마다 ‘나는 대체 불가한 사람일까?’란 생각을 하면, 또 그렇지는 않거든요. 그러니까 시간이 지나도 저는 계속 발전하고 배우는 자세로 임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더 많이 생각하고, 겸손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방심하면 큰일 나니까.

큰일(?) 나지 않으려고 최근에 새롭게 배우는 건 뭐예요?

  젊게 사는 법? 하하. 사실 제가 예전에는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면서 저보다 어린 친구들을 보면 ‘벌써 참 잘한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정말 요즘에는 10대가 전문 분야의 주류로 자리매김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빌리 아일리시만 해도 그렇잖아요. 도대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자극을 받고 자란 걸까, 주변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있지? 같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SNS도 하고, 그 친구들이 쓰는 이모티콘도 검색해보고 은어 같은 것도 한 번씩 찾아봐요. 하하. 저도 주류에 편승해야죠!

 

동방신기도 이전의 신비주의를 덜고,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도 많이 나오면서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잖아요.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저나 윤호 형 스스로가 더 보여줘야 한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시대가 변한 거죠. 예전에는 오히려 신비주의가 통했을지도 몰라요. 감춰두니까 더 알고 싶어지잖아요. 지금은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바로 새로운 걸 찾아 떠나죠. 알고 싶은 건 바로 접근할 수 있기도 하고. 조금 더 빨리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긴 해요. 지금이라도 보여드릴 수 있는 게 어디예요. 저희도 지금보다 더 사랑받으려면 노력해야죠.

JTBC <양식의 양식> 방송을 앞두고 있는데,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뭘까요?

  다방면의 전문가들과 함께한 촬영이다 보니까 배울 수 있는 게 정말 많아요. 요즘에는 사이트에서 검색한 정보만 습득하잖아요. 정보는 넘쳐나는데 막상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는 기회는 많이 없는 게 요즘 시대거든요. 그런데 <양식의 양식>은 함께 있는 분들이 문화나 역사, 요리 등 모든 방면에서 알려주는 게 많아 너무 재미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가 신발을 살 때 이 브랜드의 네임 밸류, 가격, 디자인 같은 건 봐도 이 브랜드의 숨겨진 이야기나 헤리티지 같은 건 사실 잘 모르잖아요. 그런 잡다하지만 유용한 지식들을 알아간다는 게 이 방송의 재미이지 않을까 싶어요. 또 여행을 하면서 드러나는 출연자들의 성격도 관전 포인트고요(웃음).

 

 

하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이 있어요?

  아, 저는 언제나 EBS <최고의 요리비결>이요(웃음). 제가 장난으로 이특 형한테 언제 그 자리에서 내려올 거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형이 “난 이거 평생 할 거야. 너무 좋아”라고 하는 거예요. 하하.

 

하반기도 열심히 달려야죠. 예정된 계획들이 있나요?

  앞으로 공연과 해외 프로모션 활동으로 정신없이 바쁘게 보낼 것 같아요. 그리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려고요. 가족과 휴가를 다녀오면 어떨까, 어디가 좋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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