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gue Korea|2018년 7월호|'동방신기가 보내는 시그널' 최강창민 부분

 

‘동방신기’가 이전과 다른 신호를 보낸다.

정상의 뮤지션, 퍼포먼서, 댄서, 스타였던 두 남자가 사적인 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인간 정윤호와 심창민이 얘기하는 나 그리고 동방신기.

 

작지만 확실한 행복, 최강창민

 

 

  나서지 않는 아이 제 인생 최초의 기억은 유치원 때예요. 이유가 뭔지 몰라도 어떤 여자애가 저 때문에 울고 있었어요. 선생님이 저를 귀여워해주시던 모습도 생각나고요. 초등학교 때는 어머니의 권유로 반장 선거에 나간 게 생각나요. 제가 유독 남 앞에 나서기를 싫어하고 낯가림이 진짜 심했어요. 근데 이상하게 선거 날이 되니까 혀에 뇌가 달린 듯이 말을 술술 하는 거 있죠. “반장이 되면 반 전체에 떡볶이를 사겠습니다”라는 공약을 걸어서 반장이 됐어요.(웃음) 어머니께서 굉장히 좋아하셨죠. 아버지께서는 “겸손해라, 남한테 피해 주지 마라”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그 말은 ‘사람들 앞에서 튀지 마라’처럼 들렸어요. 그래서 우리 집에선 아직도 제가 동방신기인 걸 신기해하세요. 나서는 걸 싫어하던 애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하냐는 거죠. 어쨌든 아버지의 “자제해라, 겸손해라”라는 말씀은 지금의 저를 만들어줬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명심하고 싶은 조언이에요.

 

 

  SNS의 시작 예전에는 대중이 그 가수의 노래가 좋아서 팬이 되었다면, 이제는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떤 취미 생활을 하고, 무엇을 입는지, 어디를 가는지, 라이프스타일에도 관심을 갖는 거 같아요. 데뷔 후 15년 동안 무대 위에서 동방신기를 보여줬지만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진 않았어요. 최근에 SNS를 시작했어요. SNS를 통해서 저를 드러내고, 사람들과 연결되고 소통하는 것이, 지금 대중이 원하는 ‘니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다고 몇십 장씩 셔터를 눌러서 잘 나온 사진 한 장을 SNS에 올리는 식은 아니에요. 저는 SNS를 통해서 타인보다 잘났다고 과시하고 싶지 않아요. 있어 보이는 식당에서 밥 먹는 사진을 올리는 건 저랑 맞지 않아요. 그렇지 않아도 연예인은 대중과 거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는 데다, 경쟁에 지쳐 SNS를 끊는 사람도 느는 추세잖아요. 그저 제가 좋아하는 것들, 예를 들어서 책이나 레고 사진을 올려요. 지난번엔 25시간 9분 동안 집중해서 완성한 레고 사진을 올렸어요. 자랑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심창민은 레고를 좋아하는구나’ 라는 정도의 소식을 알려드린 거죠.

 

 

  취미 수집가 군 생활 이후로 취미가 늘었어요. 그전까지는 일만 했지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몰랐어요. 어려서부터 일을 했으니까요. 제게 휴식이란 맛있는 거 먹고 집에서 TV 보면서 자는 게 다였어요. 물론 아무 생각 없이 막연히 쉬는 것도 필요하지만, 나 자신에게 ‘어떤 시간을 부여한다’는 느낌으로 쉬는 것도 중요해요. 군 복무 기간 중에는 개인 시간이 있잖아요. 그때 일기를 쓰고, 책도 읽게 됐어요. 제대할 때쯤 제가 좀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앞으로 동방신기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요. 배우고 싶은 것은 최대한 배우려고요. 돈으로 무언가를 사서 수집하기보단 새로운 것을 배우길 좋아해요. 다만 하나에 빠지면 너무 끝까지 가서 좀 걱정이에요. 너무 많이 배우다 보니 체력적으로 피곤하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하루에 서너 가지 수업을 들을 때도 있어요. 헬스, 기타, 요리, 마지막에 외국어 공부까지 하죠. 활동 안 할 때는 매일 그래요. 요즘엔 너무 빠지지 않고 적당히 즐기면서 하려고 저를 다독이죠. 너무 제 자신을 사랑하게 될까 봐서요. 좋아하는 무언가에 집중하다 보면 너무 자신에게만 빠질 수 있잖아요. 그럼에도 독서만은 틈틈이 하려고 해요. 저는 동적인 것보다 정적인 취미가 좋거든요.요즘엔 인문과학, 비소설이 좋더라고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있으리란 마음에서 베스트셀러도 찾아 읽고, <썰전>에서 유시민 작가님이 넛지 효과에 대해 얘기하시는 걸 보곤 리처드 탈러 교수의 <넛지>를 읽기로 결심했어요. 알고 보니 이미 사둔 책인 거 있죠. 동시에 몇 권씩 집 안 곳곳에 두고 읽는 편이라 몰랐나 봐요. 사실 제가 전문 지식인이 아니어서 어려운 인문학 책을 읽다가 졸기도 해요. 그렇다고 어렵다는 이유로 덮어버리진 않아요. 나중에 시간이 더 허락한다면 자격증도 따고 싶어요. 뚜렷이 어떤 분야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깊이 공부하고 싶어요. 시간만 허락한다면요.

 

 

  배우고 싶은 세계 오상진 형님과 취향이 비슷해서 많이 친해졌어요. 그런데 형님이 골프를 권하시더라고요. 제 편견이겠지만 골프는 부유하신 분들이 여유롭게 즐기는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엄두가 나지 않았거든요. 오상진 형님이 막상 해보면 그렇지 않다고 말씀하셔서 고민 중이에요. 현재로 서는 제 몸의 변화를 느끼는 운동에 집중하고 싶어요. 내가 노력한 만큼 변화하는 근육, 달라진 내 몸을 탐구하는 것이 재미있거든요. 단순히 몸이 아니라 자신을 더 살피고 생각하게 되어서 좋아요. 그런 점에서 요가도 잠시나마 했던 거고요. 골프든 다른 운동이든, 어느 세계에나 마음은 열려 있어요.

 

 

  동방신기라는 콘텐츠 이번 앨범 <New Chapter # 1: The Chance of Love-The 8th Album>을 예로 든다면, 전보다 ‘이지 리스닝’ 할 수 있는 노래로 다가가려 했어요. 그렇다고 동방신기 하면 떠오르는 강력한 퍼포먼스를 저버릴 순 없기 때문에 타협점을 찾으려 했어요. 음, 타협점이라기보단 저희만의 것을 보여드린다는 말이 맞겠죠. 대중음악의 흐름을 거스를 수도 없고, 동방신기의 지향점도 가져가야 하니, 앞으로도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우리만의 색깔로 완성해서 보여드릴 거예요. 우린 아티스트이기 전에, 상업 예술을 하는 사람임을 잊지 않으면서요. 그렇다고 우리가 아이돌의 선례를 남겨야한다는 사명감은 없어요. 시간이 흐르다 보면 자연스레 무언가 이루어져 있겠죠. 참, 이번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동방신기의 앨범 활동보다는 예능프로그램을 잘 봤다는 얘기가 많았어요. 우리가 만든 음악이 조금 더 주목받았으면 하는 애정 섞인 욕심이 있지만, 그래도 동방신기라는 ‘콘텐츠’가 널리 각인된 활동이어서 만족해요. 모든 게 다 잘될 순 없잖아요. 이전에는 저희가 소위 강한 음악을 하다 보니 호불호가 많이 나뉘었거든요. SNS나 버라이어티, 특히 이번 앨범을 통해서 저희에게 따라붙던 이미지의 일부가 좋은쪽으로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멤버 한 명 한 명이 보여준 다른 이미지가 오히려 시너지를 발휘해서 좋았어요. 이번 활동은 90점 이상 주고 싶어요. 앞으로 또 어떤 동방신기 콘텐츠가 나올지는 지켜봐야겠죠.

 

 

  안분지족의 꿈 최근에 아버지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무언가 일을 벌이려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바를 편안히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라고 하셨어요. 제가 한때 꿈을 “한량”이라고 말하고 다닌 것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일에 소홀하지 않고, 그렇다고 치이지도 않으면서 제 선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어요. 주변을 지켜주는 가족, 친구들과 공유하면서요.

 

 

myo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