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Q Korea|'동방신기와 보낸 다섯 시간 반' 최강창민 부분


촬영 때 위스키를 홀짝홀짝 마시던데, 독주인데 당황하지도 않고.
  요즘 들어 술을 많이 마신다. 좋아한다.

주류 담당 에디터라 술 좋아한다니 반갑다. 어떤 술 마시나?
  술 종류는 골고루 마셔보기는 하는데, 또래 친구들과는 부담 없이 맥주나 소주를 많이 마신다.

 

물론 둘을 섞기도 하겠지. 그러다 보면 실수도 하고.
  그렇다. 주변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편이다. 술을 마시면 주변 사람을 안는 버릇이 있다. 이게 좀…. 하하.

세상이 끝날 것처럼 마시는 편인가?
  아니, 즐거울 때까지만 마신다. 템포를 늦췄다가, 괜찮을 것 같다 하면 마시고. 흐름을 타면서 마신다.

좋은 습관이다. 얼마 전 잠깐의 휴가엔 라식수술을 했다고?
  수술하곤 그동안 못 마셨던 술, 밀렸던 술도 많이 마시고, 워낙 식성이 좋아 뭐든 가리지 않고 다 먹었다. 역시 먹고 마시는 게 최고 낙이다.

또 다른 낙은 뭔가?

  가수라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요즘엔 음악 듣는 게 제일 낙이다. 활동하면서 못 들었던 음악을 많이 듣는다. 지금 가장 트렌디한 음악을 고른다. 빌보드차트 음악을 1위부터 50위까지 모아 듣는 식이다.


오래전부터 줄기차게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음악이 있나?
  임창정의 ‘슬픈 혼잣말’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유일하게 좋아하는 가수다. 영향 받은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고음창민’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멤버들 중에서 음역이 높은 편이었는데, 자꾸 연습하다 보니까 더 높아졌다. 그런데 그냥 ‘지르기만 한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속상할 때도 있었다. ‘고음 말고도 잘 하는 부분 많은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은 괜찮다.


무대에선 당신이 맡은 부분이 힘들다. 감정도 안무도 폭발할 때고.
  힘들진 않다. 요령이 있다. 다만, 무대에서 내려오면 머리가 아프다. 머리 쪽으로 힘을 모아 소리를 내다 보니까.

온전히 혼자서 솔로곡을 불러 본다면 어떤 노래를 부르고 싶나?
  욕심은 많다. 아직 어리니까 이것 저것 다 해보고 싶다. 콘서트에서는 저음의 재즈곡을 불렀는데 팬들 반응도 좋았다.

오늘 여기까지 팬들이 따라오지 않을까 했는데, 없던데.

  그제 어제 특히 춥지 않았나. 숙소에서 기다리거나 스케줄을 따라다니다가 “오빠, 입 돌아갈 것 같아서 먼저 들어갈게요”라고 하곤 그냥 들어가는 가는 친구들이 있었다.


오늘도 추워서 일찍 퇴근했나 보다. 출퇴근 도장 찍듯 매일 따라다니는 팬들 보면 어떤가?

  응원해주니까 고맙긴 한데, 때로는 불쌍하기도 하다. 주로 나보다도 어린 친구들인데 십대라는 중요한 시절에 시간 낭비, 돈 낭비 하는 것 같아서, 어찌보면 참 바보들 같아 걱정되기도 하고….


좋아서 그런 것 아니겠나.

  동방신기가 그들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우리가 전부는 아니지 않나. 우리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 가수일 뿐인데. 그 시절에 할 수 있는 다른 것 자체를 다 포기하는 것 같다.


팬들이 당신의 인생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는 거다. 그렇게 사는 게 어떤 건가?

  황홀하다. 그런데 그런 편한 생활에 너무 적응이 될까봐 걱정이다. 그래서 팬들이 선물을 줘도 일부러 안 받을 때도 있다. 만약에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도 그렇게 살 수는 없지 않나.


결혼하고 애 낳는 그런 생각 자주 하나?
  그런 건 나이 상관없이 꿈꾸는 것 아닌가?

혹시 팬이랑 결혼하게 되는 건 아닐까?
  팬과 결혼하면 처음엔 뜨겁게 지내겠지만 점점 단점을 발견하면서 식어갈 것 같다.

팬중엔 ‘일코’도 있다 (일반인처럼 코스프레하는 팬’의 줄임말로, 팬임을 공개하지 않는 팬들을 뜻한다). 왜 이런 팬이 생겼을까?

  요즘은 그나마 ‘일코’분들이 겉으로 팬이란 걸 많이 표출하고 다니는 편이다. 사실 3집까지만 해도, 소위 ‘꽃미남 아이돌 그룹’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대중가수가 아니라 ‘10대들만의 그룹’의 이미지가 컸다. 동방신기 팬이라 그러면 ‘빠순이’ 취급당하고, 다 컸는데 왜 동방신기를 좋아하냐고 하고. 내 친구들도 그런 얘기를 할 정도였다.


슬펐겠다.

그런 시선을 4집 활동하면서 좀 벗었다. 예전에는 길거리를 지나다니면 이십대 중후반 분들은 우리를 모르는 척했다. 남자들은 싫은 티를 냈다. “나는 동방신기 말고 다른 그룹이 더 좋더라” 이런 식의 말도 일부러 들리도록 했다. 지금은 남자 분들이 특히 더 관심을 가져준다. 남자 그룹이 남자한테 호감이나 지지를 받는 거, 정말 어려운 일이지 않나?


그게 4집 무대 위에서도 보였다.

  활동하는 내내 너무 재밌었다. 이제 나도 5년 차니까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가 즐기면서 활동했었던 것 같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도 많이 나오는 걸 보니 확실히 ‘그들만의 팬덤’을 벗어난 것 같았다. 본인의 ‘개그감’, ‘예능감’은 어떤 것 같나?

  원래도 말수가 적지만 다른 형들이 잘 알아서 하니까, 나까지 나설 필요가 있나 싶었다. 다 웃기겠다고 하면 오히려 난잡하니까. 남 웃기는 일은 자신 있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막상 하면 못하지도 않는다.


요즘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사실 개그의 센스 면에서는 준수 형보다는 웃긴 것 같다. 준수 형은 캐릭터 자체가 귀엽고 웃긴 거지.

당신처럼 수줍은 듯한 얼굴로 하는 개그가 사실 제일 웃기다.
그런데 뭐랄까, 노래하는 무대 위에서도 어느 순간‘풋’하고 웃을 것만 같은 ‘어색한 소년’의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아…. 그런가? 글쎄.
 


노래 가사에 나오는 ‘넌 나를 원해 넌 내게 빠져 넌 내게 미쳐’의 모습에 본인을 대입하면 어떤가?
  사실 섹시하고 직선적이고 남자다운 것보단, 난 조금 더 ‘마일드’한 쪽이다. ‘주문’ 노래 속 인물보다는 부드러운 성격이다.

그래도 꼽자면 자신이 어디가 제일 섹시한 거 같나? 옆 턱선?
  하하. 잘 모르겠다. 요즘은 몸 관리, 얼굴 관리 등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긴 하다.

관리해야 할 것 같다. 팬들이 국경을 가리지 않고 모든 공연이나 활동 영상 하나하나를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올리니까 말이다.
그 중 그만 반복재생됐으면 하는 장면이 있나?

  나는 오히려 다 좋다. 오락 프로그램에 나가서 무자비하게 망가진 모습도 오히려 내가 즐긴다. 활동한 지 5년 됐는데 그동안 찍힌 웃긴 사진이 정말 많더라. 회사 다른 직원 컴퓨터로 보다가 그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아 놓기도 한다.


처음 멤버들을 만나던 모습이 까마득하겠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순수하고 평범한 학생이었고, 준수 형은 연습기간이 길어서 능청스러운 연습생이었고, 유천이 형은 미국에서 바로 왔는데 꽃남방과 올림머리가 특이했고, 재중이 형이나 윤호 형은 자기를 꾸미는 데 치장하고 멋 부리는 그런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참 빨리 간다. 그런데 이러다 사흘 뒤에 죽을 수도 있는 거다.

  막상 3일 뒤에 죽는다면, 못 만났던 여자도 만나고, 못 놀았던 친구도 만나고, 못 마셨던 술을 마시겠거니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냥 일할 것 같다. 이번 휴가에도 느꼈지만 일 안 하면 어색하다.


나라면 하루 먼저 죽고 장례식을 직접 보겠다. 누가 오는지 보고 싶다. 당신의 장례식은 성대할 거다.
  내 장례식은 그냥 조촐하게 했으면 좋겠다. 사람이 많이 안 왔으면 좋겠다, 사실.

죽을 날은 아직 한참 멀었다. 꿈이 뭔가?
  원래는 아나운서나 기자가 되고 싶었다. 지금은 노래를 잘 하는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다. 연기자나 라디오 DJ가 될 수도 있는 거고.

솔로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요즘은 아이돌이 마음만 먹으면 제각각 하고 싶은 활동을 하지 않나?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은 안 한다. 내가 볼 때 나는 나이가 더 들어야 할 것 같다.


나이가 들면 뭐가 달라지나?
  외모가 더 삭았으면 좋겠다. 앳되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자화자찬 같겠지만, 지금보다 나이를 먹으면 더 멋져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이 평범한 대학생, 평범한 회사원으로 늙어가는 상상 해본 적 있나?

  나는 그 나름대로 엄청 잘 지냈을 것 같다. 원래 성격히 굉장히 규제, 룰을 중요시한다. 연예계 쪽 일을 하면서 사상이 조금 자유분방해진 편이다. 내가 가진 고지식한 면이 참 좋다. 싫지 않다. 이런 것 때문에 처음 데뷔했을 때는 약간의 이질감을 느꼈다. 가치관이나 정체성에도 혼란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자신의 뜻밖의 면이 있나?

  사람들이 자꾸 착실하다고 하는데, 그래서 계속 더 착실해야 하는 건가 부담이 오기도 한다. 사실 내가 완전히 착실하진 않다. 안 씻고, 안 치우고, ‘헐랭’하다.


동방신기는 언제까지 하고 싶나?
  나는 오래하고 싶다. 환경과 상황이 허락하는 한 가능한 계속하고 싶다.
 
아이돌 선배들이 ‘아이돌의 수명’에 대해 조언한 적도 있을 것 같다

  물론 한다. ‘언제까지 아이돌을 할 수는 없다. 아이돌 가수라는 사실을 너무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조심스럽게 너만 할 수 있는 부분을 분명히 길러라’는 식이다. 나도 이제 후배들이 많은데, 그렇다고 “너 언제까지 아이돌일 것 같냐”고 말해주긴 싫다. 미래를 준비하고 그 후를 준비하는 건 본인 몫이고, 솔직히 아이돌이라는 아이콘을 가지고 계속 가져가서 성공할 수도 있는 거고.


참, 지난 연말 한 시상식에서는 왜 그렇게 서럽게 울었던 건가?

  여러 가지가 복합적이다. 일본 활동을 하면서 소수의 외국인으로 산다는 게 그냥 서럽고 답답했고, 국내 활동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기대도 부담스러웠다. 그런 심적 악조건 속에서 활동했는데 상 받으니 고마워서 울었다. 그리고 되게 솔직하게 모든 걸 얘기하자면, 음, 가족들 생각도 나고,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들 생각도 나서 그랬다.


아이돌 그룹이 ‘아이돌’을 서서히 벗어나는 시점은 자신의 ‘연애’경험을 서슴없이 공개할 때인 것 같다.
지금처럼. 그런데 아까 여자 친구‘들’이라고 했나?
  아, 들? 아하하.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김정호

 

동방신기와 보낸 다섯 시간 반 | 지큐 코리아 (GQ Korea)

동방신기와 보낸 다섯 시간 반

집채만한 밴에서 나오는 남자들은 그토록 현란해 보이던 아이돌스타가 아니었다. 학교 끝나고 버스정류장에 내리는 동생 같기도 하고, 여행에서 돌아온 친구 같기도 했다. 일년만의 휴가로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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